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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20-03-24 10:50 댓글0건

본문

그대를 만나야 피어나는 꽃이고 싶다

정태운

시인 정태운은 음유시인이다.
시어를 토해내는 그의 언어적 사유는 직업 시인의 시상을 능가한다. 더욱이 자연을 대하는 그이 시선은 고정됨이 없으며 유연하다.
그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수 백 가지의 꽃이라 할지라도 그 꽃말을 능히 알고 있으며 그 꽃이 지닌 향기를 언어로 표현해내는 데는 놀라움을 표할 정도이다.
그의 시어는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치유의 언어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소리 없는 전쟁’이라 일컫고 있는 코로나 19의 여파는 모든 분야를 통째로 삼켜버린 느낌이다. 이토록 흉흉한 시절을 견디는 가운데 우뚝 출간을 맞은 〱그대를 만나야 피어나는 꽃이고 싶다〉 는 치유제이자 청량제이며 삶의 쉼표가 분명하다.

〈그대를 만나야 피어나는 꽃이고 싶다〉는 총4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총145편의 시가  216쪽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말한다. “하루도 시를 쓰지 않고는 배기질 못합니다.” 그만큼 정태운 시인에게 시작(詩作)은 일상이다. 밥을 먹는 일처럼, 세수를 하는 일처럼 그이 시는 매일 매일 그의 SNS를 통해 업로드 되곤 한다.
그뿐이 아니다.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어 지난 1월, 시인의 시집 발간을 앞두고 모인 축하의 자리에는 수십 명의 팔로어follower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함께 했다. 모두 정신세계를 관장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가는 시객들의 모임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번째 시집을 내놓은 정태운 시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공계열 환경사업에 종사하는 오너이다. 꽃을, 바람을,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면서 환경에너지 사업체를 이끌고 있는 그의 일상 반경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수많은 종류의 꽃들 가운데 유독 장미를 좋아하는 그에게 세 번째 시집 〈그대를 만나야 피어나는 꽃이고 싶다〉는 그가 좋아하는 ‘장미’일 것이며, 더 좋아하는 ‘시어’일지도 모른다.

“이 힘든 시절, 한 권의 시집이 모두에게 효자노릇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라도 편안해지는 책이 되었으면 더 없이 감사할 것입니다.” 라는 발간의 인사를 전하는 정태운 시인의 미소가 꽃과 다르지 않다.





프롤로그

봄이 기다려지는 일이 이토록 간절했던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간절한 바람으로 봄을 잔뜩 기다리고 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칭해도 모자람 없을 시어詩語를 뿜어낸 한 시인은 겨울을 보내는 동안 내게로 왔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의 일생이 온 날이었다.
두툼한 원고뭉치를 받아들었다. 꽃을 주제로 한 시어들이 꽃씨처럼 나풀거렸고 삶과 자연을, 사람과 사랑을 주제어로 정한 시어들에서는 찰랑거리는 물길에 살며시 손을 담그는 듯 내면의 사유思惟들이 통째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시인은 말했다.
“날마다 시 한 편씩 꼭 쓰게 되는데, 아내는 마딱치 않게 생각합니다. 모르긴 해도, 활자로 된 언어의 힘에 자신이 밀린다는 느낌인가 봅니다. 허허” 라며 마주앉은 사무실의 온도를 데웠다.
시인은 이공계열 환경 계통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였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그가 토해 낸 시어詩語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내면의 울림이 넘쳐났고 이재理財로는 감히 예단이 어려운 값진 사유의 메시지가 듬뿍 듬뿍, 그리고 알싸하게 각 장을 메우고 있었다.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함 없는 시인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대상을 평가하는 습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가장 위험한 행위이다. 어제의 그가 내일의 그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얄팍한 선입견으로 누군가를 재단하곤 한다. ‘엔지니어가 시를?’ 이라고 나의 내면에서 물음을 던졌던 것이다. 그러 나 원고 뭉치에는 순하고 연한, 더는 유려한 논객을 뛰어넘는 필치가 행간마다 묻어났다. 놀라웠다.
시인이 풀어낸 세계에 발을 담그고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그 의 세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어딘가에 발을 푹 담가보지 않고서는 어떤 대상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

순화된 시인의 시어詩語가 진통을 겪고 있는 이 세계적 재앙인 우한폐렴마저 퇴치하는 진언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모두의 삶에 정태운 시인의 행복 언어가 빛이 되기를 바란다.
봄빛이 유독 기다려지는 시절이다. 따뜻함으로, 둥근 기다림으로 출 간의 봄날을 손꼽는다.

2020년 2월을 보내는 즈음에
맑은소리맑은나라 대표 김윤희

본문 중에서

서평

사랑의 감정이 불러낸 상상력과 시적 창조성
정태운 시인의 시세계

최영구 (문학박사, 시인, 부산문인협회 회장)

정태운의 시적 감성과 상상력은 꽃을 상관물로 한 아름다움 추구와 사랑에 근원한다. 미와 사랑은 인간 감정을 지배하는 원천이다. 정태운의 사랑의 감정은 꽃으로 상징되는 미와 결부되어 그 깊이를 더하게 된다.
인간의 느낌과 감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쁨, 슬픔, 분노, 희열, 증오, 공포, 저주, 고독, 사랑의 감정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과 관련된 감정은 인간 실존의 본질과 관련된 것으로 가장 근원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감정은 위에서 든 인간 감정의 거의 모두를 지배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생명체의 본능은 생존과 생식에 있다. 생존과 생식은 필연적인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먹이 섭취와 사랑이다. 그 둘 중 먹이 섭취는 인간과 동물에게 물리적인 차원의 것으로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다르다. 동물도 감정이라는 게 있을까? 많은 동물학자들은 동물들도 감정이 있을까 하는 과제를 두고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동물들에게 감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갖는 감정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든 감정이 그렇듯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하고 숭고하다. 플라톤 이후 미는 종종 사랑과 결부되어 생각해 왔다. 「사랑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의 주제는 사랑 곧 에로스의 신을 찬탄하는 연설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잉태하고 있으며, 어느 연령에 도달하면 낳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낳으려면 아름다운 것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것에 접했을 때 비로소 그는 그 열망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무사히 낳을(창조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잉태한 자는 이렇게 하여 아름다운 것에 접하여 철학적인 앎, 시 작품(詩 作品), 법률, 기술적인 발명품 등을 만들어 낸다.”(소크라테스) 위에 인용한 말들이 암시하는 바는, 미는 창조의 필수적인 매체라는 말이다. 미를 주제로 삼아 바꾸어 말하면 미는 사랑을 북돋아 그것으로 창조 활동을 매개하는 것이 된다. 그런 사고들을 전개하면 만들어지는 것은 예술작품이고,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면 그것은 다음의 창조를 더욱 자극하여 거기서 미의 연쇄가 만들어진다.(플라톤) 여기서 정태운의 시 「늘 그리운 이유」 전문을 소개한다.

늘 그리운 것은

가슴에 그대만을 품고 다니니까요
늘 궁금한 것은
머릿속에 그대만을 생각하니까요
삶에 질퍽이는 것은
그대를 품고 그대의 생각에
무개를 감당치 못한 때문이겠죠.

세월의 강이 너무 넓어
그윽이 강 너머 바라다보면
아물아물
윤슬에 눈부심이 그대인가,
도리어 되물어도 봅니다.

사랑의 감정이 상상력을 자극해 놀라운 사랑의 시 한 편을 창작해 낸다. 언어도 그렇고 정서도 그렇다. 정태운의 위의 시가 바로 그런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시인들이 끊임없이 사랑의 감정을 시로 서정화 하고 있는 것은 사랑의 감정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태운 시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분명히 예술가들이 창작 의욕을 자극받아 구상을 떠올렸던 건 아름다운 여성이거나 아름다운 자연이거나 예술작품들이다. 미의 창조성은 창작과정과 작품을 연결할뿐더러 그 작품과 해석을 더욱 연결하여 창조성의 연쇄 고리를 만들어 낸다. 윗 시 「늘 그리운 것은」에서 보듯 정태운의 시 역시 그런 연쇄 고리에서 창조된 것이다.
정태운 시인의 시에서 사랑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은 미에 의해 매개된다. 미로 상징되는 꽃과 사랑은 정태운 시인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서적 매개물이다. 그리고 그의 시에서 사랑의 대상은 현실적 사랑(자기 아내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에서의 감정과 과거 경험적 사랑에 연유한다. 하지만 경험적 사랑은 미에 대한 상상적 열망일 수도 있다.
사랑의 감정을 서정화한 시가 대체로 그렇듯이 자기 고백에서 출발하는, 고백체적 성격이 강하다. 사랑을 매개로 한 시만 그런 게 아니다. 시는 사실 자신의 고백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하게 섬세하게 풀어 놓으면서, 때로는 과장이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으려 할 때 오히려 그 시는(글은) 왜곡되기 쉽다. 시는 그처럼 자신 속의 시간과 공간과 관련된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정태운 시인의 시의 장점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정태운 시인은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도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사랑의 감정과 관련된 놀라운 시적 언어를 찾아내고, 그런 언어들로 사랑과 관련된 인상적인 시를 구축해 낸다.

에움길 돌아선 곳에
순백의 하얀 영혼을 담은
어머니 손길 같은 꽃이 피어있어요.

차가운 밤이슬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자식 사랑으로
머리 곱게 빗고 선
흐트러짐 없는 모양새 보이신
꼿꼿한 모정의 마음 닮은 꽃

이제나 저제나
애타는 어미의 마음
긴긴 날
자식 사랑으로 애태우신
어머니의 사랑이
가을 향기를 담고 피었나 봅니다.

파란 하늘 향해 간절함 모으고
사랑과 염려의 눈매마저 눈부신
하이얀 모시 적삼 입은
어머니의 마음
그 따스함이 가을을 받들고 있어요.
-「구절초」 전문

윗 시 「구절초」가 돋보이는 것은 수사에 있다. 메타포와 병치가 그것이다. 직유와 은유의 수사가 이 시의 진술을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병치의 기법도 적절히 구사된다. 얼른 보면 병치로 하여 어머니가 테마인 시인지, 구절초가 정서의 중심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시는 그럴 때 정서적 효용성을 극대화 하게 된다. 왜냐하면 시는 산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그리고 시는 일상적 상식적 표현이 아니다.

이제나 저제나/ 애타는 어미의 마음/ 긴긴 날/ 자식 사랑으로 애태우신/ 어머니의 사랑이/ 가을 향기를 담고 피었나 봅니다.

구절초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가 구절초가 된, 그래서 읽는 이에게 선명한 인상과 감동을 주게 된다.
시의 미적 전개는 수사에 의해 좌우된다. 한 편의 시는 언어의 전개와 변주로 이루어진다. 시는 말을 발전시키면서 한 편의 시로 전개된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말을 다른 말로 대체해 놓는 경우다. 그게 곧 시에서 언어의 전개와 변주다. 하나의 말을 동일한 의미의 다른 말로 바꿔나가면서 사색과 사유는 깊어지고 화제는 발전해 간다. 은유는 하나의 화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머릿속에 있는 말을 선택할 때 의미나 정서의 유사성에서 찾는 방법이다.(야콥슨) 비유적 이미지는 시의 중심 구조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시를 읽는다는 것은 비유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원관념 찾기가 아니라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긴장이나 두 관념의 충돌에서 환기되는 여러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태운 시인의 시 「구절초」의 시적 전개도 마찬가지다. 구절초와 어머니를 메타포로 엮어낸다. 구절초가 원관념이지만 보조관념인 어머니로 하여 시적 긴장이 이루어지고 그런 전개로 하여 구절초에 대한 정서적 환기가 더욱 적절하게 전개되고 사색과 사유는 깊어지고 화재는 발전해 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 「구절초」는 주목할 만하다.

고요를 뚫고 온다지
그리운 마음 안고 온다지
아마

산자락에 눈시울 붉히고
동녘에 별들을 쫓아버리고
아마 그렇게 소리 없이 온다지
그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건만
서리 내린 오늘 아침엔
어름어름 여명 속에서 보았죠

아침을 데리고 오는
환희 같은 그대를
-「여명과 함께 오는 님」 전문

‘기리운 것은 모두 님이라’고 했던가. 한용운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한용운 선생의 말씀처럼 이 시에서의 님은 그리운 모든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먼저 여명의 아침이 그것이다. 아침은 새날을 의미한다. 어제는 언제나 오늘로 하여 새로워지는 법이다. 새로움은 늘 우리에게 설렘을 안겨 준다. 그런 의미에서 여명의 아침은 희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꼭 님이어야 한다면 님은 늘 내게 희망과 설렘을 안겨 주는 대상이다. 그래서 “아침을 데리고 오는/ 환희 같은 그대를”에서 님은 환희 같은 그대가 된다. 님은 곧 환희다. 시의 언어와 진술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독자에 따라 새로운 정서를 창조하게 하는 언어가 시의 언어요 진술이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나 지시정이 한 매듭이라면 그 매듭의 반대쪽에 자유롭게 비상하는 폭넓은 경이로운 언어가 있다. 시의 언어는 바로 그런 경이로운 언어여야 한다. 시의 언어는 시인에 한정하지 않고 수시로 그 의미를 달리한다. 왜냐 하면 시어의 기표는 읽는 이에 따라 여러 기의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기의가 열려 있게 된다. 정태운의 시「여명과 함께 오는 님」의 님은 그런 의미에서 읽는 이에 따라 기의를 달리한다. 님은 언제나 환희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리움이 더해지는 법이다.
이 시의 리듬은 소월에도 닿는다. 소월과 같은 7, 5조라는 말이 아니다. 님을 기다리는 서정과 리듬이 잘 조화된다는 의미에서다. 시의 리듬과 서정내용은 분리되지 않는다. 하나로 조화된다. 그 서정에 그 리듬이어야 인상적인 시가 된다. 서정과 리듬이 잘 조화된 시다.

기다려
꽃이 핀다면 기다려야지

기다려
사랑이 된다면 기다려야지

못내
아쉬운 마음이 있고
하고픈 말 많고 많아도

꽃이 피고
사랑이 된다니
말없이 기다려야지
-「기다림의 이유」 전문

정태운 시인의 위의 시 「기다림의 이유」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반복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윗 시에서의 반복은 시의 운율을 형성해 리듬감을 강화하고, 이미지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며, 아울러 주제를 암시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처럼 위의 시는 시상전개의 반복을 적절히 활용하여 작품의 미적 효과와 더불어 심미적 효과를 높인다.
반복은 단순 반복과 변화 반복으로 나눈다. 윗 시는 단순 반복과 변화 반복을 병행한다. 단순 반복을 통해 시적 이미지를 단순히 강조하는 효과를 극대화 한다. 아울러 변화 반복을 활용해 점층적으로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미지의 내용이나 상상력의 확대를 가져다준다. 윗 시에서 1연과 2연은 단순 반복으로 시상을 전개한다. 이어 3연과 4연은 변화 반복으로 볼 수 있다.

기다려/ 꽃이 핀다면 기다려야지,//
기다려/ 사랑이 된다면 기다려야지.

1연과 2연은 단순 반복이면서도 변화를 내포한다. 꽃과 사랑이 그것이다. 꽃과 사랑이 내포하는 이미지는 읽는 이에 따라 사유를 달리할 수 있다.

해 뜨지 않으면 밤인 것을
빚 없으면 어둠인 것을

꽃 피지 않으면 열매가 없듯이
사랑이 없으면 세상이 없네.

그대로 하여
모든 것이 있고
그대로 하여 모든 것이 꿈꾸는구나.

사랑에 사랑을 더하기에
새삼 되새김하네.
-「그대의 의미」 전문

위의 시는 사랑의 절대성을 노래한 시다. 정태운의 위의 시 「그대의 의미」에서도 반복법이 시상 전개에 기여한다.
“해 뜨지 않으면 밤인 것을/ 빚 없으면 어둠인 것을// 꽃 피지 않으면 열매가 없듯이/
사랑이 없으면 세상이 없네.//“
1, 2연의 반복적 시상을 통해 “그대로 하여 모든 것이 꿈꾸는구나” 3연 마지막 구가 정서의 중심이 된다. 그대 없으면 꿈도 없다는 것이 된다. 임이 없는 세상은 모두 무의한 것이라는 의미다. 사랑도 이쯤 되면 신앙과 같이 절대적 경지라 하지 않겠는가. 진실한 사랑의 경지는 그런 차원의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의식이랄까 사유가 깊고 결연하다.
“사랑에 사랑을 더하기에/ 새삼 되새김하네.” 마지막 연이다. 그대와의 사랑이 있어 모든 것이 있고, 그대와의 사랑이 있어 꿈꿀 수 있는 사랑의 절대성을 강조한 사랑에 대한 고백서다. 사랑에 대한 진솔한 고백으로 화자는 진실된 사랑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킨다.

홀로 있다는 것은
아무도 곁에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계절은 지나 꽃은 졌고
만남을 위해 잠시의 이별이 왔을 뿐

내 마음이 그대 곁에 있고
그대 마음이 내 곁에 있으니
-「마음은 곁에 있으니」 전문

“홀로 있다는 것은/ 아무도 곁에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혼자 라는 것이 아니다”

1, 2연은 결국 같은 말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시적 효과를 위해서다. 거기에다 모순형용으로 표현의 효과를 높인다. 산문으로 표현하면 님은 늘 내 곁에 있다는 말이다. “내 마음이 그대 곁에 있고/ 그대 마음이 내 곁에 있으니” 마지막 연에서 님이 내 마음속에 있으니 곁에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사랑의 감정이 빚어낸 시적 언술이 돋보인다.
그리고 시상 전개로 점층적 진술 방식을 택한다. 반복 진술의 경우 단순 반복보다 점층적 반복 진술이 더 효과적이다. 사랑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진술하기 위해 그런 점층적 진술을 택한 듯하다.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사랑을 나눌 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게 된다.
정태운 시인은 시에서 이상적인 사랑을 늘 꿈꾼다. 사랑의 시도 그렇다. 사랑의 시가 예술의 경지에 닿으려면 반드시 이상적인 사랑이어야 한다.
예술은 우리에게 있어서 마땅히 그러해야 할 사물이나 상황의 표현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이고 독자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 한 사람 한사람의 이상은 틀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정태운 시인은 시에서 자기만의 감정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문을 여는 시인이다.
정태운 시인의 사랑의 시편들이 서정시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음은 자기만의 독특한 감정으로 사랑을 진술하고 서정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감정이란 가장 주관적 감정이라는 의미로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다.(아리스토텔레스) 라는 말과 맥이 닿는다. 그의 사랑의 시편들이 호소력을 갖는 것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름의 사랑에 대한 인식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진솔하게 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늘 흠모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그게 함께함을 의미한다. 함께 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태운의 위의 시뿐만 아니라 그의 사랑의 시편들은 사랑의 진솔한 감정이 인상적인 시적 언어와 진술을 불러내고 아름다운 사랑의 시편들로 완성된 경우다.

너에게
나는
작은 떨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너는

무수한 별을 쏟아내는
황홀한
밤하늘이다
-「너의 의미」 전문

시는 짧을수록 더 많은 정보와 감정과 정서를 함축한다. 하여 짧은 시를 쓰려면 더 깊은 사색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나에게/ 너는// 무수한 별을 쏟아내는/ 황홀한/ 밤하늘이다.”

누구도 완벽하게 시적 진술을 산문으로 환원해 낼 수 없다. ‘나에게 너는 무수한 별을 쏟아내는 황홀한 밤하늘이’라니, 아마 진실한 사랑의 감정이 ‘무수한 별을 쏟아내는 황홀한 밤하늘이’라는 시적 진술을 불러냈을 것이다. 어두운 밤에 유일한 빛은 어두운 밤하늘의 별뿐이다. 님은 곧 나에게 어떤 삶의 시련도 넘어설 수 있는 환희와 황홀에 들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이면서, 상념도, 기쁨도, 슬픔도, 희망도, 절망도 모두 다 사랑하는 님에게서 연유한다는 말일 것이리라. 화자에게 황홀의 극치, 사념의 극치, 기쁨의 극치와 환희의 극치가 있다면 그 모두는 님에게서 연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으리라. 그러나 그런 의미 이상을 함축하는 시적 표현이다. 그 이상은 읽는 이의 창조적 상상력에 마낀다.

마지막으로 정태운의 시편들을 읽으면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 어떤 것이며, 인간에게 사랑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감명 깊었다고나 할까. 그런 연유로 백여 편이 넘는 그의 시를 단숨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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