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빛과 색채로 표현한 근대의 위대한 풍경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암 터너'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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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7 2019년 09월호 [화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빛과 색채로 표현한 근대의 위대한 풍경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암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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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10-01 14:3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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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지요.

 

포르투갈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구절이다. 소설에서 일순간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지면서 벌어지는 상황 속의 그들처럼, 지금 우리 일상 속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옳은 가 분별하는 것이 새삼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사건에 대한 생각들이 사람에 따라 극명하게 양분되는 현실에서 어떤 것이 옳고, 정의인가 구분하기가 애매하기만 하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여차하면 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을 상하기가 쉽다. 이래저래 답답하다. 예컨대 사람들은 보는 것을 믿기 보다는, 자신이 믿는 것을 보려 한다. 그럴수록 진실은 저 멀리 가버리는 것 같다.

 

1783년 노예매매가 한창이던 유럽의 노예를 실은 배에서 참극이 일어난다. 영국에서 노예거래는 1807년에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지만, 1840년에도 노예시장은 여전히 성행하였다. 노예를 실은 선주는 항해 중 실종된 노예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배 안에서 사망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당시의 법 때문에 오랜 항해 끝에 죽거나 병들어 가는 노예들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항해를 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던 때 벌어진 참혹한 사건을 그림으로 묘사하였고, <노예선>이란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 윌리암 터너(1775~1851)이다.

당시에는 역사적 사건을 그리는 것이 유행하였는데 대부분 화가는 사진의 한 장면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지만, 터너는 구체적 사건의 묘사보다는 그 상황의 심상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물 속에 던져진 후 물고기들에게 몸이 뜯긴 후에 남은 수갑과 족쇄의 손발만 보여 주면서도 빨강과 노랑, 흰색 검은색으로 표현된 원색과 거친 붓질로 참극의 현장을 표현하였다. 이는 그림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강한 경고와 물질의 이익만을 위해 생명에 대해선 가볍게 여기는 인간들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다. 참극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화가는 그림으로 명쾌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림이 때론 말과 글보다도 명징하게 분별력을 가져 주는 것 같다.

 

터너는 요즘으로 치면 흙수저이다. 이발사인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화가가 된다. 불우한 환경이지만 그림 실력만큼은 타고난 것 같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이발소 창문에 붙여놓은 어린 십대의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판매가 되었으니 말이다.

빠른 시간에 그릴 수 있는 수채화에 터너는 매력에 빠져 수채화 작품으로 열다섯의 나이에 왕립아카데미에서 전시회를 여는 성공을 체험한다. 뛰어난 그림은 독창성을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이 가진 것을 표현해야 한다. 터너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일상적인 묘사가 아닌, 대기의 변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와 풍경을 관찰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당시에 그리던 화가의 그림과 확연하게 달랐다. 그의 그림을 보면 자신의 관점에서 본 공간 속에서 물과 날씨, 빛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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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화가들이 바라보던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또 많은 공부와 여행을 통해 발전된다. 1797년부터 1801년까지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해 영국 곳곳을 여행하고, 1802년에는 유럽대륙을 통해 그의 생각과 그림의 내용은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화가에게서 필수적인 것은 독서와 여행이라 생각한다. 터너는 그 공식에 충실했다. 풍경에 관한 관심과 역사 신화 정치 문학 등 다양한 방면의 주제를 탐구한 결과,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스페인과의 전투, 워털루 전투, 산업혁명에 관련된 증기기관이 출현되는 일련의 사건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이렇게 앞선 생각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다보면 이해 못 하는 사람들에게 숱한 불평을 듣는다. 그런데도 꿋꿋이 그의 길을 간다.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의 대표적인 그림인 <비와 증기의 속도-그레이트 웨스턴 철도>는 베네치아를 주제로 한 자욱한 증기를 그린 후기의 작품인데 구체적 형상이 없는 이 그림을 당대의 사람들은 터너의 그림이 이상해져 버렸다고 조롱했지만, 지금은 그의 대표적 작품이 되었다, 그 작품은 이후 인상파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었다.

 

터너는 <세라덴비> 라는 미망인 사이에 두 아이를 두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상당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의외로 적다. 그의 유언에 따라 280점의 유화와 수천 점의 수채화와 드로잉 등 작품은 국가에 기증되었다. 런던 테이트 미술관과 부속 갤러리에 소장된 그림들을 통해서 그를 알 수 있다. 오늘날 터너는 근대회화의 거장으로 평가되고, 터너예술상은 세계적 권위로 인정받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숨기고 싶은 그림자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결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의 아픈 그림자를 사랑하는 일이다.

<그림자 여행>의 작가 정여울의 글처럼 혼동된 지금의 우리네 삶 속에서 생각해 볼 내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지금의 세태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는 여유가 절실하기도 하다. 나와 다른 생각일지라도 상대방의 입장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지금의 반목 상황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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