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 주지 원담스님의 도반 '현법스님'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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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Vol.236 2019년 08월호 율곡사 주지 원담스님의 도반 '현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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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8-16 14:1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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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렇게 되었다. 그저 시절인연이 닿아 삭발하고 산중에 사는 삶을 꾸리게 되었을 뿐 이렇다 할 이유나 거창한 명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유인이 되어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 절에 가면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는 순간 길은 정해졌다. 흐르는 물이 물길을 선택하듯 출가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맞이한 자연스런 결정이었고, 정해진 인생길은 앞으로 향해 나아갈 뿐 거슬러 오르는 법을 몰랐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언제나

출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머리 깎고 부처님 제자가 되어

밥 먹고 살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수행자가 되어 부처님 그늘에서

점잖게 살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지요.

 

원담스님은 출가를 전생사 인연으로 그리 되었을 뿐이라 말한다. 그렇게 순일하게 이어간 전생사 인연은 벌써 30여 년을 훌쩍 넘겼고 이제는 넉넉하고도 아름다운 수행자가 되어 부처님 전에 감사의 예를 올린다.

수행자의 삶에 있어 평생의 양식을 쌓고 기상과 토대를 단단하게 한 것은 강원 수학이었다. 털끝만큼의 잘못도 용납될 수 없을 정도로 규율이 엄격했고 가르침은 서릿발 같았다. 사소한 생활 습관에서부터 수행자로서의 품행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자로 잰 듯 정확해야 했다. 한 사람의 잘못은 모두의 잘못이었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참회와 반성이 뒤따라야 했다. 저절로 도반에 대한 소중함과 배려를 배우고 매일의 일상이 부처님 가르침임을 몸과 마음으로 익혔다.

 

지금의 강원과 비교해보면 그때는 정말 빈틈이 없을 정도로 엄격했어요. 공양하는 태도나 물건을 관리하는 습관, 언행까지 가르침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러한 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절제된 생활과 사소한 것을 크게 여기고 큰일은 또 대범하게 대하는 힘을 기르면서 서서히 출가자로서의 물이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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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따라 강원의 수학 방식도 달라지고 풍습도 바뀌지만 곧 깨질 듯한 차가운 물단지를 껴안은 것처럼 매섭게 정진하던 그때가 더 그리운 것을 어쩌지 못하겠다.

그렇게 출가자로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던 강원의 도반들이 열 명 남짓. 평생의 동무가 된 도반들이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데 30년 전이나 다를 것이 없다. 흐르는 세월이 무색하게 어린 날의 그 모습 그대로다. 그 가운데 원담스님과 특별한 정을 나누는 도반이 있으니 흥복사 주지 현법스님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정진하는 도반입니다. 여린 품성인데도 정진하는 데 있어서는 신심이 아주 단단합니다. 아침에는 사경하고 오후에는 도량에 있는 풀을 뽑아요. 게으름을 부릴 만도 하고 하기 싫을 때도 있을 텐데 거르는 법 없이 한결같아요. 성실함의 표상이지요.”

 

원담스님은 그러한 도반이 늘 존경스럽다. 그러나 현법스님은 오히려 몸을 낮추고 부끄럽다 말한다. 수행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지 결코 칭찬을 듣거나 자랑할 일이 아니라 여기기 때문이다.

수행은 수행대로 도량 불사는 또 도량 불사대로 있는 그 자리에서 신심을 다하는 도반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으니 인연의 지중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율곡사 뜨락에 녹음이 짙게 내려앉았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 깊어질대로 깊어진 초록이 눈부시다. 원담스님의 눈과 마음에 스며든 율곡사의 초록은 행복과 여유, 감사함으로 바뀐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언제나 출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머리 깎고 부처님 제자가 되어 밥 먹고 살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수행자가 되어 부처님 그늘에서 점잖게 살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지요.”

인연 따라, 지어 놓은 복 따라 사는 것이 중생의 삶이라면 원담스님은 스스로를 일러 복 많은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니 남들과 비교할 바가 없고 주어진 모양대로 부지런히 수행하다보면 일상이 감사함으로 넘쳐난다는 것이다.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여쭙는데 돌아오는 말씀이 간결하다.

저 살기도 바쁜데 무슨 당부며 할 말이 있겠습니까.”

 

수행자로서 공붓길은 언제나 치열하고 한눈 팔 겨를이 없으니 제 한 몸 앞가림 하는 것조차 바쁘다는 말일 터. 선임자로서 부지런히 수행의 길을 헤치고 가다보면 어느새 길은 나 있을 것이고 그 길 따라 후학들이 걸어 올 것이다. 그러니 말이 필요 없고 그저 전생사 인연으로 성실하게 수행자의 삶을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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