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에 푹 빠지다] 사랑에 빠진 남자 - <삼명경> 두 번째 이야기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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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4 2019년 06월호 [경전에 푹 빠지다] 사랑에 빠진 남자 - <삼명경>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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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6-26 16:1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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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이 벌어지면 당사자는 물론이지만
, 구경하는 사람들도 침을 꼴깍 삼킵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이런 궁금증은 결국 누가 이 논쟁에서 이길까?’로 귀결되지요.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승패를 가리기를 좋아합니다. 이제 석가모니부처님이 두 청년 중에 누구의 손을 번쩍 들어줄 것인지 경을 읽어가면서 내 자신도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두 청년의 질문을 받은 부처님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렇게 반문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대들 바라문들은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군요.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그대들 스승 가운데 그 신을 자기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본 사람이 있습니까?”

뜻밖의 질문을 받자 두 청년의 허를 찔렸던 것일까요? 두 사람은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우리 스승님은 당신의 눈으로 직접 세상을 창조한 브라흐마 신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스승님은 당신의 스승님에게서 그렇다고 들어서 배우고 익혀왔지요. 그 스승님도 다시 그 윗대 스승님에게서 그렇다고 들어서 배우고 익혀왔습니다. 그 가르침을 저희도 배우고 익혀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은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말합니다.

직접 신을 보지도 못했으면서 지금 신의 경지에 이르는 길은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부처님의 이 반문은 유일신 창조신 절대적이고 불변하고 영원한 존재에 대한 불교 입장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간의 인식범위를 넘어선 존재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씨름을 하는 것이 올바른 종교적 태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인간이 어떻게 신에 대해서 제 눈으로 봤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인간을 훌쩍 넘어서 있는 존재입니다. 보통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믿어야지요. 믿는 사람에게는 보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다시 묻습니다.

보통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를 왜 거론하느냐고요.

상식과 합리적인 사고를 초월한 존재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상식과 합리를 넘어서서 얻을 것은 또 무엇이냐고요.

왜 인간은 무조건 인간보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 절대자인 신을 상정하고는 그걸 믿어야 하느니 믿지 못하겠느니 하며 오히려 애를 쓰느냐고요.

다른 종교라면 무조건 믿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겠지만 석가모니부처님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믿어야 한다면, 그 믿음의 기준으로 무엇을 내세울 것이냐는 것이지요. 부처님의 반문에 담긴 이런 내용을 파악한 두 청년은 깊이 고민에 잠겼습니다. 한번도 스승의 가르침에 대해서 의심하거나 회의한 적이 없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은 절대적으로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하는 것이었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믿어야만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세를 부처님은 묻습니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종교적 자세입니까?”

 

<장아함경> 속에 들어 있는 <삼명경>은 바로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지금 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급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지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있는지, 왜 있는지 이런 걸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막연히 신의 존재에 대해 논하는 일은 무의미하고 무익하다고 부처님은 주장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자신의 현실적인 괴로움을 없애고 무너지지 않고 깨끗한 행복을 얻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사뮤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바로 이와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지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하루 종일 고도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언제 오는지, 진짜로 온 적이 있는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왔는지, 와서 무엇을 했는지이런 건 전혀 모릅니다.

온다더라.”

이 말 하나로 이 두 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그리고 해질 녘이면 누군가가 와서 말해줍니다.

오늘은 못 오신대요.”

그럼 이 두 사람은 내일 다시 기다립니다. 언제까지 기다릴까요? 고도가 올 때까지! 그게 언제냐고요? 모릅니다.

바로 이런 자세가 을 설정하고 을 기다리고 에게 다가가겠다는 종교인들의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이 <삼명경>에는 아주 유명한 비유 세 가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미녀의 비유입니다.

어떤 남자가 어느 날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 난 지금 한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네.”

당연히 그 여인이 누군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누군가? 어떤 여인이야? 대체, 자네를 사랑의 열병을 앓게 만든 그 여인이 누구인가? 이름이 뭔가? 나이는? 사는 곳은? 생김새는? 직업은? 성격은? 취미는? 어서 말해주게.”

그런데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 남자는 대답합니다.

난 그 여자 이름을 모른다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른다네. 생김새도 모른다네, 하지만 난 그 여자를 사랑해.”

사랑한다면서 상대방에 대해 단 한 마디도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설명하지 못 한다면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사랑일까요? 부처님은 두 명의 청년 바라문에게 그대들이 그토록 절실하게 믿고 기도하는 그 신의 존재에 대해 한번쯤은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합리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이런 미인의 비유를 들어 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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