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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Vol.233 2019년 05월호 경주 미타암 주지 지상스님의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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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5-23 14:4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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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 참맛 일러주는 나의 도반은 경전

경주 미타암 주지 지상스님의 도반

 

아이를 갖지 못한 백정 부부가 있었다. 60세가 다 된 부부는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떨칠 수 없어 깊은 산골에 들어가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아이를 달라는 기도는 간절하고 지극했다. 이들의 기도를 바라보던 문수보살이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그들을 제도하리라 원을 세웠다. 뒤늦게 아들을 얻게 된 부부는 금지옥엽 같은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었다. 그러나 그토록 귀한 아들이 한창 재롱을 부리고 귀여움을 떨어야 할 나이에 그만 병을 얻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아픈 아들은 부부에게 소를 잡아달라며 이 부위 저 부위를 요구하고, 부부는 아들의 말에 따라 이것저것 해달라는 대로 해 주었다. 그러나 아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아니야, 아니야.” 뿐이다.

   

문수 동자가 뭘 찾았겠어?”

구산스님이 내린 화두였다. 세속의 대학교 공부보다 더 큰 무엇이 있을 것이라 믿었던 지상스님은 제방의 선사를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약관의 어린 나이에 구산스님을 친견하고 삶의 항로를 결정지을 소중한 화두를 받았다. 지상스님에게 출가인의 인연은 그렇게 심어졌다. 고된 군 복무 중에도 공부의 끈을 놓은 적 없었던 스님은 제대하자마자 수행가풍이 철저하다는 통도사로 향했다. 세상 제일의 것이 있다면, 그것이 출가인의 공부라면 반드시 그 세계를 맛보고 말 것이라는 결기가 가득했다.

출가사문이 되고 득달같이 흘러간 세월이 어언 40여 년. 수행에 매진하는 본분사는 당연한 것이었고 시주밥 보답하느라, 잠시 사판승을 살면서 시련과 파란이 있기도 했었다. 뒤돌아보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없는 시간이지만 수행자로서의 기쁨과 회한, 자책은 심중에 새겨져 현재를 여실히 보게 만든다.

원래 우리의 몸은 불성이라 청정합니다. 마음 따라 선에 물들고 악에 물드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통제하지 못할 때 숨어있던 수많은 종자가 발현되는 것이지요. 오직 부처님만이 수억 겁 동안 쌓아온 종자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지상스님의 말씀처럼 불쑥불쑥 드러나는 갖가지 시비분별의 종자들이 얼마나 삶을 성글게 하고 어리석은 길로 이끌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문제에는 늘 해답이 있는 법. 그것은 완벽한, 너무도 완벽한 부처님 말씀뿐이다.

 

법주사와 직지사 강원 중강을 역임하고 울산불교방송 본부장을 역임할 정도로 불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스님이니 뜻과 마음을 나눈 도반 또한 얼마나 많을까. 거명하는 이름마다 요소요소에서 불교계 중진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스님들이다. 그러나 지상스님의 진정한 도반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기쁨을 주는 도반은 경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경전을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안을 얻게 됩니다. 그 속에 마음 치유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으니까요.”

 

지상스님을 즐겁게 해주는 지금의 도반은 서장’, 그리고 화엄경이다. 읽으면서 불교가 이런 것이구나 무릎을 치게 되고, 이렇게 불교가 좋은 것이었나 저절로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서장은 지상스님에게 아주 각별한 서적으로 번역과 해석에 들인 공이 만만치 않다.

41세 불혹을 넘긴 나이에 중국 유학길에 오른 것은 오직 서장을 위해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었다. 번역할 때마다 한자에서 막히니 그것을 뚫을 방법은 한자의 본국으로 가서 배우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생각했다. 북경수도사범대학을 졸업하고 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서장을 펼쳤을 때 대혜 종고 선사의 가르침은 전과 달랐다. 문리가 트이고 선시의 깊은 속뜻을 헤아려 선의 바다에서 유영하는 즐거움은 언설을 떠나있었다. 책 속에 감춰져 있던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행복을 어떻게 말로 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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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스님은 출가인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부처님 말씀, 불교의 열쇠가 경전과 책 속에 있음을 설파한다. 그러면서 강원교육이 강화되어 향상된 수준의 한자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글자에 막혀 심오한 불법의 세계를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게 되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저 방대한 팔만대장경, 부처님 말씀의 보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는가.

여기저기서 강의를 청하지만 지상스님은 정중히 거절한다. 아직 멀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3년 정도 푹 익고 익어 안목이 좀 더 넓어지고 그릇이 더 커졌을 때 경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보물을 꺼내 쓸 수 있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종단의 징계가 저에게는 오히려 약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조용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저의 공부 자산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중국에서 한자를 깊이 있게 배우고 서장을 공부하며 화엄경을 곁에 두는 것 모두 저에게는 크나큰 복력입니다. 이렇게 공부하지 않았다면 불교의 참맛을 알지도 못한채 아상만 가득한 승가가 되어 본분사를 저버리고 살았을 것입니다.”

손수 꾸민 작은 암자에서 서장을 펼치는 밤, 봄바람은 달고 풀잎의 향기는 그윽하다. 책 속의 선사들이 불법의 참맛을 일러주고 선의 경지를 맛보게 하니 이보다 더 좋은 도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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