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에 푹 빠지다] 참회란 무엇일까 > 2019


PUREMIND MAGAZINE

낮은 곳에서 참소리를 담아내는 맑은소리맑은나라 입니다.
2019(佛紀2563)


2019

기획연재

Vol.232 2019년 04월호 [경전에 푹 빠지다] 참회란 무엇일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4-26 17:43 댓글0건

본문

 

5707738a6bcf109e15dea76e4017dbaf_1556268160_3077.jpg

 

 

아자타삿투왕은 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던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부처님, 저는 지금 제 잘못을 뉘우칩니다. 저는 경솔하고 어리석으며 지혜가 없었습니다. 제 부친인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은 공평하게 정의롭게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탐욕에 휩싸여 그런 부왕을 해쳤습니다. 세존이시여, 자비로써 저를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뉘우침을 받아주십시오.”

부처님은 왕의 고백을 듣고 말씀하십니다.

왕이여, 그대는 어리석고 지혜가 없었습니다.”

알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그대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 짓을 저지를 때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독한 마음에 얼마나 휘둘렸는지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이지요.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린 보람이 이제야 보입니다. 부처님은 왕의 고백을 듣고 그의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대는 이제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탐욕에 휘말려 부왕을 해쳤으나 이제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허물을 뉘우쳤습니다. 그 뉘우침은 당신을 이롭게 하고 편안하게 할 것입니다. 그대를 가엾게 여겨서 그대의 뉘우침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부처님의 이 말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말속에 불교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고백과 참회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왕은 자신의 악행을 자신의 입으로 고백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못된 짓을 저지르면 애써 숨기고 들키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다 남에게 적발당해서 그 죗값을 받으면 이내 다른 이를 원망합니다. 또는 자신의 환경을 탓하거나 세상을 탓하지요. 보통 사람들은 이렇습니다.

그러나 왕은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아무에게나 털어놓지 않고 진정한 수행자, 진정한 참사람 앞에서 털어놓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참회는 바로 이와 같습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똑똑하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고백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백하기까지 그저 막연히 ,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라고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이가 어떤 피해를 당하였는지, 그리고 그 일은 자신과 다른 이에게 얼마나 커다란 괴로움을 끼쳤는지를 스스로가 또렷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그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그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고, 그 결과 어떤 피해를 세상과 자신에게 끼쳤는지를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그 사람은 똑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뭐해? 이미 제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패륜을 저질렀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이미 저질러진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기만 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소모적인 짓일까요?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일의 과보가 찾아온다 해도 피할 도리는 없습니다. 스스로가 불러들인 일인 걸 어쩌겠습니까? 그저 담담히 그 과보, 그 죗값을 받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새롭게 선한 일, 선업을 짓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극악무도한 사람도 이렇게 개과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그 사람에게 이롭고 세상에도 이로울 것입니다. 부처님이 왕에게 그 뉘우침은 당신을 이롭게 하고 편안하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다른 경전에서는 이런 경우를 가리켜 미래를 지킨다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부처님 앞에서 참회하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참회한다고 해서 자신이 지은 죄가 없어지거나 부처님이 그 죄를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은 악업을 지은 당사자가 새롭게 선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지켜보고 증인이 되어주고 격려해줄 뿐입니다.

, 이제 오래도록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죄의식에서 벗어난 왕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롭게 다짐합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계를 잘 지키며 살겠노라고 맹세합니다. 부처님에게 귀의한 뒤에 아자타삿투왕이 떠나갔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제자들을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아자타삿투 왕은 스스로 허물을 뉘우쳐 죄가 줄어들었다. 무거운 재앙에서 빠져나왔다. 만일 그가 부왕을 죽음으로 몰지만 않았더라도 오늘 나를 만나 법의 눈을 얻었을 것이다.”

 

법의 눈을 얻는다는 것은 진리에 눈을 뜬다는 뜻으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부처님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직접 듣고는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있을까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런 행운을 놓치기는 했지만 아자타삿투왕은 이제 막 부드러운 달빛 아래 부처님과 인연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왕의 참회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습니다. 왕궁으로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대해서 공양을 올린 뒤에 다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악행을 자신의 입으로 고했습니다. 이제 그는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고백을 들은 이들이 그가 그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살면서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자기 인생을 함부로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잘못을 뉘우치고서 지금부터라도 선업을 짓고 보살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 아자타삿투왕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22 동방빌딩 4층 301호 Tel. 051-255-0263, 051-244-0263 Fax. 051-255-0953 E-mail. puremind-ms@hanmail.net
COPYRIGHT ⓒ 맑은소리맑은나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