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원의 세계여행] 아스카[飛鳥] 나는 새여, 나는 새여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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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2 2019년 04월호 [정진원의 세계여행] 아스카[飛鳥] 나는 새여, 나는 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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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4-26 15:3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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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하고 풍성한 느낌의 아스카

 

이번 여행처럼 혼자 떠나서 이토록 오롯이 호젓함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여행기를 쓰려고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니 다시 그 홀로여서 충만하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아스카 들판을 걷던 시간이 떠오른다. 왠지 언젠가 살았던 것 같고 그 길을 걸었을 것만 같던 아스카 겨울의 허허벌판. 농사가 끝난 빈 들녘이지만 비어서 햇살이 가득 내려앉고 저 멀리까지 아스라이 손이 뻗칠 것 같던 아스카 무라[]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지난 호에 예고했던 오사카의 성덕태자 탄생지 예복사와 그가 세운 사천왕사는 아무래도 이번 호 아스카에 자리를 한 번 더 내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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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의 뜻과 두 곳의 아스카

 

아스카는 비조飛鳥라고 쓴다. 정말 아스카 답사 닷새째 마지막 날 석양에 구름이 비조 모양으로 내 카메라에 잡혔다. 그 신비함이란.

내가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내리는 날이 아니라 내가 아스카를 사랑해서 햇빛이 빗살무늬로 내리쪼이던 날당나귀도 없이 두 발로 온종일 뚜벅뚜벅 걷다가 다리쉼을 하고 있자니 나에게 날아든 커다란 새 한 마리, 바로 아스카였다.

필자에게는 날아오는 새로 다가온 아스카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아스카에 대한 표기는 안숙安宿, 명일향촌明日鄕村, 明日香村 등 여러 가지이다. 어원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고구려 수도 아사달아사가 아침이라는 뜻인데 그와 비슷하다는 설, 그야말로 편안히 쉴 수 있다는 안숙安宿, 안수가安須可라는 의미, 아침이 열린다는 말로 날 비새 조’ ‘날이 샌다는 뜻으로 새날이 밝아 아스카[飛鳥]라는 뜻 등이 전해온다.

그리고 이번에 가서 새로 알게 된 아스카. 그곳은 초기 도래인이 살던 오사카 가와치의 가까운 아스카(치카츠 아스카)’인데 사람들이 넘쳐나자 우리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나라현의 아스카로 이동해 먼 아스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스카는 현재 오사카현과 나라현 두 군데에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가까운 아스카에 성덕태자의 탄생지와 묘소를 돌보는 예복사가 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라현의 먼 아스카에 백제인이 만든 아스카데라()’과 고구려 여인 복식이 특징인다카마츠[高松] 고분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먼 아스카를 보통 아스카라고 부른다.

 

아스카의 역사

 

아스카 일대는 4세기, 5세기부터 삼한의 신라와 백제가 끝없이 벌이는 전란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한민족들이 집단으로 정착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아스카의 정치는 신라, 백제, 고구려, 당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7세기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반영하는데 특히 신라계와 백제계가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인 사실 史實 이 더욱 흥미롭다. 그때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일본의 역사를 보통 아스카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538년부터 645년까지, 지리적으로 지금의 나라현 명일향촌 明日香村 일대를 일컫는 아스카는 그 시대 정치·문화의 중심지역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 아스카의 이카루카[斑鳩 : 나라] 지역은 외부 문화가 곧바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스이코[推古]9(601)에 성덕태자는 여기에 궁궐을 짓고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쳤으며, 당시 가장 선진적인 불교 문화도 이곳에서 꽃을 피웠다. “현존 세계 최고 最古 목조건축인 법륭사가 이카루카 평원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다.

백제 8대 성씨의 하나인 목 씨 출신인 소가 일족 이나메[稻目]가 둘째 딸을 국왕 긴메이[欽明]에게 시집보내면서 실권을 잡기 시작했다. 소가 일족의 권력은 증손자 이루카[入鹿]까지 4대까지 이어진다.

재상 이루카는 고교쿠[皇極]여왕을 아예 정부 情婦 로 삼고 마음 내키는 대로 여왕의 침전을 드나들었다. 645년 여왕의 아들 나카노 오에노미코[中大兄皇子]는 이루카를 죽이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것이 고대 일본에서 가장 큰 정변의하나인 대화개신 大化改新 이다. 나카노 오에는 백제와 가까운 인물이라 표면적으로 대화개신은 친백제 쿠데타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신라와 당나라의 밀월 시대이다. 쿠데타세력은 고토쿠[孝德]를 왕으로 옹립하고 다카무쿠와 민을 구니노하카세[國博士]에 임명했다. 두 사람은 중국과 신라에서 견문한 선진문물을 토대로 개혁의 청사진을 나카노오에에게 제공했다. 일본의 외교정책은 나카노오에-가마타리의 친백제 노선과 다카무쿠-민의 친신라노선이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야마토 조정의 친신라 진영은 곧 붕괴하고 만다.

아스카는 알고 보면 이렇게 복잡다단한 삼국시대의 인물들이 각축을 벌인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무심한 듯 한가로운 농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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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무천황릉 가는 길을 알려 준 초등학교 꼬맹이들

 

 

그렇게 7세기는 고쿄쿠(사이메이천황)의 아들 덴무천황과 그의 부인 지통천황이 즉위하며 중앙집권제와 율령제의 나라가 된다. 아스카에 남아있는 그 둘을 합장한 묘에 가보기로 하였다. 아스카는 1일권 버스 패쓰를 사면 아주 유용하다. 필자가 갔을 때는 관광객이 없는 겨울철이라 호젓함을 만끽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작 길을 찾거나 이정표가 없을 때 물어볼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천무천황릉이 바로 그러하였다. 버스정거장에 내렸지만 근처에서 찾기가 어려웠다. 부부묘소는 사실 국도 길 건너 산등성이에 있었다. 설마 길을 건너랴 싶어 근처를 배회하는 중에 마침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초중고가 다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지방과 비교할 때 신기하였다. 그만큼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지 않고 농촌 작은 마을이라도 생활하기가 도시 이상의 교육이나 환경이 쾌적하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어디서나 꼬마들은 호기심천국인 데다 친절하기까지 하다. 필자가 어쭙잖은 일본어실력으로 왕릉 가는 길을 물어보니 대뜸 홋카이도에서 왔어요하고 묻는다. ‘웬 홋카이도? 아니 나는 한국에서 왔는데요하니 ! 니혼고가 우마이데스한다. 일본어를 아주 잘한다는 표현이란다. 필자가 아는 우마이는 그동안 맛있다밖에 없었는데 새 어휘를 배운 것도 좋았지만 잠시 기분이 우쭐하였다. 꼬맹이들이지만 본토 네이티브에게 칭찬을 듣다니. 병아리들처럼 귀여운 노랑 모자를 쓴 친구들이 아주 귀여웠다.

함께 길을 건너고 찾아보았으나 차도 끊길 시간이고 날도 저물어 다음날 다시 가서 찾은 천무천황과 지통천황 묘. 신기하게 우리나라 왕릉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일단 봉분이 없다. 그저 돌로 된 도리이를 세워놓고 합장묘라고 써놓은 것이 전부였다. 약간 싱겁기도 했지만 티끌 하나없이 정갈한 묘소 정리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꾸준히 참배하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놀라웠다.

 

이렇게 아스카에는 7세기 일본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 당나라가 축소판을 이루며 힘겨루기를 하고 중앙집권의 나라 체제를 이뤄가며 불교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음 호에는 성덕태자의 예복사가 얼마나 아름답고 감명 깊은 절이었는지 예복사 가는 길과 그곳에서 만난 삼총사 할머니들의 친절을 들려드리려고 한다. 계절의 여왕이 머무는 동안 역사 속을 거닐며 우리도 언젠가 후인들의 역사가 될 날을 즐겁게 경건하게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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