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마크 로스코, 비극적인 색채의 그림을 그린 화가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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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1 2019년 03월호 [화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마크 로스코, 비극적인 색채의 그림을 그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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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4-02 16:2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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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거나
, 문학 작품을 읽거나, 혹은 뻔한 드라마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린 적은 있지만, 그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도 잘 모르겠다. 미술이 다른 예술 장르보다 한 수 아래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보는 방법이 틀려서 그런 것인지. 한동안 여러 생각들이 맴돌았다.

 

아주 간단한 거야

제대로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그림을 보는 나의 방법이 틀렸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보통의 사람들의 그림에 대한 생각은 잘 그린 그림이란 사진처럼 그린 그림을 말한다. 미술사에서도 19세기까지 그림의 대부분은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 주류였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도 사진기의 발명으로 사실적인 그림, 즉 화가가 실물을 재현한 그림에서 화가가 느낀 그림으로 변하게 된다. 소위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화가가 자연에서 느낀 것을 색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인상파 화가로 일컫는 모네, 세잔, 고흐 등의 그림은 이해가 되고, 또 좋아한다. 우리의 미술교육은 여기까지 배웠다.

보통의 사람들 미술교육은 고등학교 미술로 끝난다. 이후 그림과는 담을 쌓는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미술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고 갈는지 모른다. 이런 판국에 그림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마음을 보는 것, 즉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미술이 재현에서 표현으로 넘어가고, 또 감정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변하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을 그린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더군다나 제목이 무제(Untitled). 자기 맘대로 생각하란다. 점 하나 찍어놓고 세상과 우주를 얘기한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이해가 되겠는가. 그런데 관객과 소통하며 부단하게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화가가 있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하고, 영혼의 위로를 받았다는 화가라고 한다. 러시아계 유대인 미국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이다.

 

돈이 많으면 살기 편하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것 같다. 화가들의 삶을 보면 돈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물론 작품이 인정받고 명성을 얻으면 달라진다. 로스코 역시 러시아에서 유대인 차별을 피해 미국에 이민을 왔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망과 가난의 연속은 오히려 그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타고난 영특한 머리와 여러 재능은 독학으로 음악을 익히고, 문학과 미술 또한 뛰어나지만, 예일대학교에 장학생으로 다니면서 엔지니어나 변호사가 되려고 생각한다. 미국 주류 사회의 유대인 편견 또한 여전해서 급기야 장학금이 취소되면서 대학을 중퇴하게 된다. 그러나 후일 예일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

1925년 뉴욕시의 아트스튜던츠리그에 등록을 하고 미술과 연극을 접하게 된다. 이렇게 미술을 접하면서 화가의 길에 들어선다. 그의 초기 그림은 사실적인 그림으로 시작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지나간 세상을 바라본 그의 그림은 변하게 된다. 사실적 표현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 전달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재현의 방식이 아닌 표현의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그림에서 구체적인 형상은 사라지게 된다. 그 대신 커다란 캔버스에 그린 멀티폼(multiform) 에 구도가 절제되고 풍부한 색들도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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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색의 관계나 형태, 그밖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기본적인 인간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들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대할 때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는 사실은, 내가 인간의 기본감정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로스코는 이런 말을 하며 그림의 색을 통해 인간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그러던 중 당대의 최고의 화상인 페기구겐하임의 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통해 명성을 얻게 된다. 1955포춘(Fortune)에 작품이 투자가치가 있는 것으로 소개되면서, 지독하게 괴롭혔던 가난도 벗어나고, 베니스 비엔날레의 미국 대표로도 참여하게 된다.

 

시바스 리갈의 위스키 회사인 맨해튼 시그램 건물 1층의 레스토랑에 걸릴 그림을 300만 달러 가격으로 의뢰를 받게 된 그는 자본주의 중심의 레스토랑에 입맛을 덜어지게 하는 어두운 색을 그림으로 설치하려다가, 자신의 그림이 한낱 부자들의 식사자리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계약을 파기한다. 그러면서 사업가 도미니크 메닐 부부가 의뢰한 휴스턴 채플 작품에 매진한다. 그리고 그의 로스코 채플은 완성된다. 1961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은 최고의 미술가란 명성과 더불어 그림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가지게 만들었다. 초기의 그의 그림은 오렌지와 노랑의 색깔에서 어두운 파랑, 회색과 검은색으로 변하고, 로스코 채플의 그림들은 검은색, 갈색과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면서도 깊이를 더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은 일 년 뒤 급속도로 식어지고, 하찮게 여기던 앤디워홀 등 팝아트의 작가들이 70년대 새로운 미술주류로 대두되자, 알코올과 흡연, 강박관념에 따른 우울증으로 1970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그의 그림처럼 비극적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제 그의 삶과 그림을 보면서 처음 맴돌았던 생각이 정리되는 듯하다. 어쩌면 그의 스튜디오에 남긴 마지막 작품 빨간색(Red)’의 처연함을 직접 보게 된다면, 혹은 로스코 채플에서 눈이 아닌 마음으로 그의 그림을 바라본다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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